

반세기 너머의 만남 - 중학 동창
— Donsoo Han, Seamind
Oct. 26, 2023
2023년 10월 26일 목요일
햇살 맑은 아침 10시,
팔달문 앞에서
우리는 다시 만났다—
어린 날 흩어졌던
중학교 친구들 다섯 명.
영흠의 차에 몸을 싣고
웃음과 기억을 싣고
남길이의 남양 농원으로
추억의 길을 달렸다.
상선, 명식, 명진, 그리고 나—
졸업 후 처음 만나는 얼굴엔
세월의 결이 고요히 흐르고,
반가움은 말 없이도 익었다.
농원엔 남길이 우리를 맞이했고
그는 이제 명예 회장,
아들은 젊은 손으로
묘목을 키우고 채소를 가꾼다 했다.
차 한 잔에 피어오른 이야기들,
우린 곧 회를 먹으러 궁평항으로 갔다.
남길이 단골이던 회집은
여전히 정겹고, 풍성하고, 따뜻했다.
왕새우 소금구이, 찌라시, 그리고 푸짐한 회.
소비 진작의 5만원 정책도
우리에게는 하루의 작은 행운이었다.
2층 카페에선
낡은 노래가 바다를 타고 흘렀고
그 선율 위에
우린 커피 향을 띄웠다.
방파제 끝에 선 우리는
사진을 찍었다—
어느새 중년을 지나
인생의 노을빛에 서 있는
그 시간조차 선명하게 빛났다.
이 낯설고도 익숙한 하루가
믿기지 않을 만큼 따뜻했다.
돌아온 농원,
남길은 삶을 이야기했다.
고등학교도 가지 못하고
작은 아버지 공장에서 일하다
군에 입대하고
100만원을 맡기고 떠나
200만원을 받아 돌아와
작은 공구 가게를 열었던 이야기.
텃세도 이겨내고
건축업으로, 부동산으로,
두 주먹으로
세상을 견뎌낸 이야기.
이제는 땅을 일구며
가진 것에 감사하며 사는 그를
우린 말없이 바라보았다.
남길이의 어깨는 더 단단했고
그 삶은 바다처럼 깊었다.
나의 길은 비단 같았을지 모르지만
그의 길엔 강철 같은 땀이 있었다.
사람마다 주어진 길은 다르다.
고되고, 어렵고,
때론 외롭고,
그래도 우리가 이 자리에 서 있는 건
운명과 인연과 노력이
어우러진 기적이었으리라.
65세를 넘어,
우리가 다시 웃으며 만난 하루—
그 하루가 있어
이 삶 또한 참 괜찮다 싶다.
운이 좋았다, 정말로.